[톰 싱어] 피츠버그의 남다른 '케미'는 이렇게 완성됐다

[톰 싱어] 피츠버그의 남다른 '케미'는 이렇게 완성됐다

기사입력 2015-08-11 11:25

지난 10일, 강정호의 시즌 9호 홈런이 터지던 순간, 피츠버그 선수단은 모두 'KING KANG' 세리머니로 그를 반겼다 (사진 = Getty Images)

강정호로 인해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더 가까워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우리는 그들을 보며 팀 케미스트리가 남다름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그런 끈끈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요? 경기장 뒷편에서 있었던 피츠버그 구단과 선수들의 노력을 MLB닷컴 파이어리츠 담당 기자인 톰 싱어를 통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네이버 스포츠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해적단의 이야기, 그 마지막 편을 지금 시작합니다. <담당자 주>  

"케미스트리를 통한 더 나은 삶(Better Living Through Chemistry)"은 '뒤퐁(DuPont)'사에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광고 슬로건이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경우에는 "케미스트리를 통한 더 나은 야구(Better Baseball Through Chemistr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케미(Chemi)'는 클린트 허들 감독이 죽어가는 팀을 되살리기 위해 부임한 2010년 11월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클럽하우스 문화 중에서도 매우 큰 부분이었다. '케미스트리'는, 그 의미들이 지겨울 정도로 야구계에서 화두가 되었다가  -사실은 야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그랬다-  모든 의미가 사라져버리다시피 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야구계에서 가장 포용력 있고 지적인 감독 중 한 명인 허들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허들 감독이 정의하는 좋은 클럽하우스 케미스트리란 "개인 보상을 신경쓰지 않고, 많은 선수들이 공통된 하나의 목표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철학을 엄수하며 팀의 제 1계명으로 삼는 피츠버그의 스타일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지난 여름, 구단이 마무리 투수에서 불펜 투수로 강등된지 1주 만에 제이슨 그릴리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것을 놀라워 했다. 그가 셋업 릴리버로서는 여전히 가치가 있는 선수로 여겨졌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릴리는 마무리 보직을 잃은 것에 불만스러워했고, 클럽하우스나 프론트 오피스에 있는 어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었다. 

과거의 수상 경력이 어떻든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는 파이어리츠의 모습은 앤드류 맥커친의 이야기를 통해 그 예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성과 중 MVP 수상 경력이 있는 중견수 앤드류 맥커친은 팀 성공의 '재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기심은 버려야합니다. 만약에 (좌익수) 스탈링 마르테가 제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면 '야, 내가 더 보다 빅리그에 더 오래 있었어. 네 말은 안들을거야'하진 않을 겁니다. 이기고 싶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우리는 누가 더 중량감있는지 따진다고 선수들을 저울대에 올려두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클럽하우스에서 정말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는 그 말 '팀 케미스트리' 

상당수의 사람들이 '좋은 분위기 없이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비웃는다. 왜냐하면 야구 역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전설적인 팀들 중 일부가 그런 케미스트리와는 아주 거리가 먼 상태에서도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1906년 시카고 컵스가 그랬는데, 그들의 더블 플레이 조합이었던 내야진 팅커-에버스-챈스 세 명은 서로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경기장 밖에서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 차지한 오클랜드 A's는 그런 팀들 가운데서도 유독 다툼이 잦았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 뉴욕 양키스는 내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며, '브롱스 동물원(Bronx Zoo)'이라고 불렸다. 

파이어리츠는 '형제애'를 고취시키기 위해 위와같은 갈등을 피하는데에 많은 신경을 쓴다. 허들 감독의 말에 따르면, 구단의 운영 철학은 젊은 선수들이 "우리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배우는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피츠버그로 콜업이 되면. 이미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스타 잠재력을 갖춘 젊은 우익수, 그레고리 폴랑코는 2014년 6월 처음으로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실제 입어보기 전에 이미 편안함을 느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들을 보며 배운 것 하나는 바로 클럽하우스 안에서 한 팀으로서 갖는, 그리고 경기장 위에서는 다른 팀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와 '협동심'이었습니다. 

"대단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팀들도 많지만, 거기엔 '케미스트리'가 없습니다. '단합'도 없고요." 폴랑코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 팀들은 '함께 간다'는 그런게 없어요. 제가 파이어리츠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뛰는 방식을 보며 제가 배운건 그겁니다. 모두들 가족 같고 진짜 '팀' 같은데, 그게 바로 지금의 파이어리츠를 만들었습니다. 그 모든 것은 클린트 허들 감독님으로부터 시작됐죠. 클럽하우스 안에서, 그리고 경기장 위에서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분입니다." 



피츠버그의 새로운 시도 '리더 위원회' 탄생

폴랑코의 말은 그냥 립 서비스가 아니다. 선발 로테이션, 불펜, 그리고 매일의 라인업을 짜는 업무 외에도, 허들은 메이저리그 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특이한 것 중 하나인 '리더 위원회(Leadership Council)'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팀의 각 중대별로 –내야수, 외야수, 선발 투수 등등별로-  한 명씩의 대표자로 구성되고 있는데, 감독 본인과 함께 팀의 현재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정기적인 미팅을 갖는다. 

"클럽하우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선수들로 하여금 클린트(허들 감독)와 같은 마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팀의 2루수 닐 워커는 말을 이어갔다. "만일 중요한 이슈가 있거나 밝혀야할 필요가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그 회의에서 다룹니다. '리더 위원회'는 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동향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팀에게 효율적인 수단입니다. 단지 경기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원정 이동을 좀 더 수월하게 할지, 매일 저녁 야간 경기에 대비하는데에 있어 일과를 어떻게 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 등도 논의합니다.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허들의 '리더 위원회'는 단순 명예직 같은 것이 아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이들은 경기장 밖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4년 시즌 말, 파이어리츠가 플레이오프 진출 한 자리는 이미 따낸 상황에서,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고 디비전 선두 세인트루이스에 한 경기차로 따라잡았을 때의 일이었다. 허들은 정말 힘든 결정에 직면하게 됐다. 마지막 경기에서 백기를 내고 와일드 카드 경기를 준비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카디널스를 잡기 위해 어려운 확률에 '올인'을 할 것인가. 

결정을 위해 허들 감독은 물론 코칭 스태프와 닐 헌팅턴 단장들과 함께 모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리더 위원회'를 소집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에겐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워 경기에서 이기자' 뿐이라고, 그 외에 다른 것은 선수의 DNA에 없다고 말하더군요. 선수들의 의견이 듣고 싶었습니다." 

파이어리츠는 승부를 걸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지만, 클럽하우스에 있는 선수들이 팀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음은 말 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이런 것이 '케미'를 정의하는 좋은 예라 하겠다. 



피츠버그가 기억하는 '실패에서 배운 교훈'

뜻을 안다는 것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다를 수 있다. 헌팅턴 단장은 피츠버그의 지긋지긋한 '5할 미만 승률' 시즌을 19년 연속에서 종지부를 찍을 것처럼 순항하고 있던 2012년 후반기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들은 트레이드 데드라인인 7월 31일까지 59승 44패를 기록했고, 클럽하우스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 헌팅턴은 투수 브래드 링컨을 토론토로, 내야수 케이시 맥기히를 양키스로 트레이드 해버렸다. 두 선수 모두 그 '59승 44패' 기록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선수들이었고, 클럽하우스 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이들이었다.

그 해, 남은 시즌에서 피츠버그는 단 20승 밖에 더 거두지 못했고, 5할 미만 승률 시즌은 결국 20년으로 늘어났다. 이후 헌팅턴은 2013년, 2014년 트레이드 데드라인 시점에서 팀 케미스트리를 흔들 수 있는 이적 결정은 한 번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두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피츠버그에게 "케미스트리를 통한 더 나은 야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글 - 톰 싱어 (MLB.com 피츠버그 담당 기자) 
번역 - 한승훈 (네이버 스포츠 해외야구 담당)




※ 네이버 기고 칼럼 원문

"Better Living Through Chemistry" is the advertising slogan long used by the DuPont Company. The Pittsburgh Pirates give you "Better Baseball Through Chemistry." 

"Chemi" has always been a very big part of the clubhouse culture fostered by manager Clint Hurdle since he arrived in Pittsburgh in November 2010 to revive/save a franchise on life support. "Chemistry" is thrown around baseball — really, around all sports — as a cliche, until it almost loses all meaning. But it definitely has meaning for Hurdle, one of baseball's most diverse and cerebral field leaders. 

In the simplest terms, Hurdle defines good clubhouse chemistry as "a bunch of guys with a common goal who don't care who gets individual credit." And that does seem to define the Pirates, who hold onto that philosophy as their No. 1 Commandment. People were stunned last summer when the club dealt away Jason Grilli only one week after demoting him as its closer, inasmuch as he was viewed as a still-valuable setup reliever. But Grilli was grumbling about losing his job, and that didn't sit well with anyone in the clubhouse or in the front office. 

Or how is this for an example of everyone keeping his head size the same, regardless of past accomplishments? Center fielder Andrew McCutchen, who has a Most Valuable Player Award among his credits, detailing the ingredient of team success: 

"You put your selfishness aside. If (left fielder Starling) Marte wants to say something to me, I'm not going to be, 'Hey, dude, I've been in the big leagues longer than you have. I'm not going to listen to you.' If we want to win, we have to be open to hear other players. We're not putting ourselves on a pedestal - having that understanding creates a really good vibe in the clubhouse." 

Plenty of people scoff at the notion you can't win without that good vibe, because some of baseball's most powerful, most legendary teams notoriously lacked it. It goes back to the 1906 Chicago Cubs and their famed double play combination of Tinker-to-Evers-to-Chance, who disliked each other so much they never even talked off the field. The 1972-74 three-time World Series Champion Oakland A's were always fighting among themselves. Then, there were the late 1970s New York Yankees, confined to the Bronx Zoo for being out of control most of the time. 

The Pirates take extraordinary measures to avoid similar conflict, to promote brotherhood. Their philosophy roots in the Minor League system, where young players are "taught how we go about our business," Hurdle said, so when they reach Pittsburgh, they already know what it's all about. 

Gregory Polanco, the young right fielder with star potential, felt comfortable before he actually put on the Pirates uniform for the first time in June 2014 because "one thing I learned from watching them is the chemistry and the unity that they have as a team in the clubhouse and on the field makes a difference." 

"There are a lot of teams out there that have a lot of great players, but there's no chemistry. There's no unity," Polanco added. "Those teams aren't necessarily the ones that go all the way. That's one thing that I learned from watching the Pirates and the way the played. They're like a family and a team, and that helped them get where they got. It all starts with the Clint Hurdle. He's the guy who puts the pieces together in the clubhouse and on the field."

That isn't just lip service. Besides putting together a starting rotation, a bullpen and daily lineup, Hurdle has put together his Leadership Council, believed to be unique among Major League teams. It consists of one player representative from each team niche — infielders, outfielders, starting pitchers, etc. — that regular meets with the manager to discuss team issues. 

"It's an avenue for us players to get on the same page as Clint, to talk about what's going on in the clubhouse," said second baseman Neil Walker. "If there are any outstanding issues or things that need to be addressed, that's when you bring them up. It's been a good tool for this organization, to kinda know the pulse of what's going on with the team. Not just baseball stuff … but things like making travel easier, making the day-to-day schedule more conducive for being ready to play at seven every night. It's been very useful." 

Hurdle's Leadership Council is anything but an honorary group. They are leaned on to contribute to major decisions, not just peripheral off-field matters. A perfect example occurred at the end of the 2014 season, with the Pirates having long ago clinched a playoff spot but only one game behind division-leading St. Louis before the last game. Hurdle had to make a really tough call: Wave the white flag and just prepare for the Wild Card game, or go for the long-shot chance of catching the Cardinals? 

To help him make that call, yes, Hurdle huddled with his coaching staff and general manager Neal Huntington. But he also called in the Leadership Council and heard, "To a man, they said, 'Win the game.' To do anything else was not in the players' DNA. I wanted to get their input." 

The Pirates went for it. They didn't get it, but unquestionably the players in that clubhouse got a greater sense of shared responsibility for the team's fortunes — which is a pretty good way to define "chemi." 

Defining it and understanding it can be two different things, of course. Huntington appeared to get a hard lesson in the latter in 2012, when the Pirates already appeared to be well on their way to snapping the string of losing seasons which at the time was at 19. They had all those good vibes in the clubhouse and a record of 59-44 on July 31 — MLB's annual trade deadline. 

Huntington dealt pitcher Brad Lincoln to Toronto, and infielder Casey McGehee to the Yankees. Both had been extremely integral to that 59-44 record, and very popular in the clubhouse. 

The Bucs won only 20 more games the rest of that season. The losing streak reached 20 seasons. Huntington did not make a single chemistry-altering Trade Deadline move in either 2013 or 2014. Both banner seasons that led to the playoffs. "Better Baseball Through Chemistry" was here to stay.